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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와 현대가 공존하는 군산의 풍경, 한 붓에 그려내다!
일제강점기 시절의 흔적과 새만금 사업과 대규모 공단 유치로 산업도시로 발돋음하고 있는 도시 군산
빛바랜 흑백사진처럼 정체된 듯 펼쳐지는 낡은 길, 낡은 선착장, 낡은 가옥들 사이로 뼈아픈 역사의 기억들이 드나드는 군산. 새만금 사업과 대규모 공단 유치로 눈부신 발전을 이루고 있지만, 일제시대 수탈의 전초기지였음을 단번에 알 수 있는 거리 곳곳의 검은 멍들은 쉬이 지워내기 힘든 군산의 그늘이다. 과거와 현재가 동시에 공존하는 군산. 이제 군산은 그 역사의 그늘을 간직한 채 빛나는 내일을 이야기 하려 한다. 그늘이 있었기에 태양은 더욱 화창할 수 있노라고…. 새로운 희망의 빛이 비치고 있는 군산의 오늘 날씨는 맑음이다.
# ‘군산의 어제’ 를 보듬어보다
‘에두르고 휘돌아 멀리 흘러온 물이 마침내 황해 바다에다가 깨어진 꿈이고 무엇이고 탁류째 얼러 좌르르 쏟아 버리면서 강은 다하고, 강이 다하는 남쪽 언덕으로 대처 하나가 올라 앉았다. 이것이 군산이라는 항구요, 이야기는 예서부터 실마리가 풀린다.’
채만식의 소설 ‘탁류’ 는 이렇게 이야기를 시작한다. 실로 부여에서 흘러나온 맑은 금강은 군산의 바다와 뒤섞이며 탁하고 어두운 소용돌이를 만들어낸다. 호남 최대의 곡창지대였기에 일제강점기 시절 많은 물자가 일본으로 수탈되었던 도시 군산. 아이러니하게도 과거 군수물자를 실어 나르기 위해 일본이 닦아놓은 전군가도는 지금 아롱아롱 흰 꽃비 흩날리는 100리 벚꽃 길로 거듭났고, 패망 후 일본인들이 물러간 뒤 흉물스럽게 남겨진 적산가옥은 일제의 침략상을 배울 수 있는 산 교육장으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도시 가득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군산. ‘탁류’ 는 어쩌면 과거의 군산 자신이자, 더 넓은 바다로 나가기 위한 과정의 연장선인 현재인지도 모르겠다.
# 우리나라 유일의 일본식 사찰 동국사
일본식 사찰 동국사
단순한 모습의 동국사 대웅전 
신사같은 높은 천장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일제시대 거리에 들어선 착각이 일 정도로 군산 시내 곳곳에는 그 흔적들이 가득하다. 그 중에서도 우리나라에 남겨진 유일한 일본식 사찰인 동국사. 1913년 일제 강점기 때 일본인 승려에 의해 ‘금강사’ 란 이름으로 창건했다 ‘해동대한민국’ 이라는 이름을 줄여 동국사라 칭한 것이 오늘에 이른다. 고은 시인이 한 때 머리를 깎고 불교에 입문한 사찰이기도 하다. 일본의 에도시대의 건축물인 동국사는 절집의 모습은 물론 종각, 요사체, 화려한 단청이 있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아무런 장식이 없는 대웅전의 처마와 외벽의 많은 창문도 역시 영락없는 일본 사찰의 모습 그대로다.
석불상은 주술과 밀교성격이 강한 일본불교의 특색이 그대로 읽혀진다
“참 아이러니 한 것이 일본인 승려가 창건한 절에 한국의 100년 된 불상이 있다는 것. 또한 그 불상이 항일의병활동을 진두지휘했던 스님이 직접 조각하신 불상이라는 점입니다. ”
동국사의 총무스님의 말씀이다. 일본인 관광객을 위한 가이드 책에 꼬박꼬박 들어갈 정도로 그들에게도 소중한 의미가 있는 반면, 우리에게는 지우고 싶은 가슴 아픈 역사임은 애써 말할 필요도 없는 현실이다. 허나 아픈 역사도 역사인데 애써 지우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오히려 반면교사로 삼아 후대에 교훈을 남겨야 한다는 총무스님의 말씀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 2008년 거리에서 만나는 근대의 풍경
대한제국시절 국내 유일의 세관건물인 구 군산세관과 일본전통 가옥인 히로쓰가옥
일본의 한 일간지에서 군산을 두고 70년대의 도쿄의 거리를 연상케 한다고 보도한 적이 있었다. 실로 내항을 중심으로 신흥, 해망동, 월명동의 건물과 거리는 도쿄의 그것을 모조리 빼다 박은 듯 하다. 대한제국 시절 국내유일의 세관건물인 구 군산세관. 내부에는 군산항 개항 이후의 모습과 군산세관의 옛 모습들이 옛 사진으로 기록되어 있다. 일제시대 대규모 포목상이었던 일본인 히로쓰가 건축한 전형적인 일식가옥인 히로쓰가옥은 지붕, 외벽마감, 내부, 정원 등이 건립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영화 장군의 아들, 타짜 등 영화촬영장소로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금세라도 부서질 듯 위태롭게 서 있는 조선은행 군산지점은 1923년 일제 식민지 정책의 총 본산으로 소설 탁류의 배경지이기도 하다. 1990년까지 유흥업소로 사용되다 현재는 근대문화재로 등록예고 되어 있다고 한다. 흉물스럽게 변해버린 건물을 보니 그 시절 너무나도 고통스런 삶을 살았을 민중들이 떠올라 가슴 한편이 먹먹해짐을 느낀다.
# 찍는 것마다 그림이 되는 경암동 철길마을
사진제공 : 군산시청 관광진흥과 임현 님
사진으로 꼭 담아두고픈, 감히 상상할 수 없었던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지는 곳이 있다. 바로 경암동의 기찻길 풍경이다. 왠만한 골목보다도 좁다란 길 사이로 기차가 지나가는 모습에 생경한 이들은 그 아슬아슬한 모습에 비명을 지르기도 하지만,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은 그저 평범한 일상인 듯 하다. 집 앞에다 고추도 말리고 빨래도 가지런히 널고 있으니 말이다. 곡예운전을 해가며 지나는 이 철길은 신문용지를 만드는 페이퍼코리아사와 군산역을 오가기에 ‘페이퍼코리아선’ 이라고도 불리는데 철로의 총 연장 거리는 겨우 2.5㎞. 하루 두 세차례 마을사이를 오고간다고한다. 누추한 집들과 누추한 기차가 한데 어울려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들어내는 철길마을도 한번 가봄직 하다.
# 새만금방조제, 끝없이 이어진 바닷길에서 만난 섬
신시도는 갯벌체험, 선상낚시 체험 모두 다 가능하다
군산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섬 여행이다. 그 중에서도 선유도, 무녀도, 방축도, 말도 등 16개의 유인도와 47개의 무인도로 이루어진 섬의 군락이자 천혜의 해상공원인 고군산도. 섬의 무리라는 뜻이다. 신시도는 고군산군도의 섬 중에서 가장 면적이 넓은 섬으로 신라시대의 대학자인 최치원 선생이 절경에 반해 머물렀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이다. 신시도로 가기 위해서는 비응도에서 울퉁불퉁한 새만금 방조제 비포장 길을 달린 후 다시 배를 타고 끝없이 이어지는 바닷길을 헤쳐야 닿을 수 있다. 신시도는 다른 여타의 섬과는 달리 그 흔한 노래방도 펜션도 횟집도 하나 없다. 다만 순수한 섬마을의 일상을 오롯이 담아올 수 있는 곳이다. 점점이 떠 있는 듯 한 폭의 그림 같은 섬들, 그리고 그림 같은 풍경을 완성해주는 등대를 돌아 신시도 마을로 접어든다.
# 서해안의 비경 발 아래 펼쳐지는 신시도
풍력발전단지가 있는 비응도와 조류어종이 다양해 낚시꾼들에게 인기가 좋은 신시도
신시도에는 서해의 비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대각산 전망대가 있는데 그곳에 오르면 발 아래로 한창 공사 중인 새만금 사업공사 현장뿐 아니라 있는데 ‘섬 속의 섬, 호수 속의 호수’ 라 불리는 선유 8경을 비롯해 멀리는 변산반도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그저 감상만으로 부족하다면 마을 앞 갯벌로 나가서 바지 걷어 올리고 신나게 바지락을 캐거나, 배 한척 잡아타고 선상낚시도 즐길 수 있다. 흔들거리는 배에 멀미도 날 법 하지만 바닷바람과 파도를 그대로 느끼고 있노라면 가슴이 뻥 뚫린 듯 금세 시원해진다. 거기다 우럭 큰 녀석 하나 걸릴 때의 그 손맛이란…. 그 쾌감이란 말로 설명하기 힘들다. 돌아오는 길에 비응도 풍력발전단지도 들린다. 파란 하늘을 따라 늘어선 풍차는 연인들에게, 방조제는 바다낚시꾼들에게 인기가 있다.
# 철새들도 쉬어가는 왕골마을 ‘뜰아름마을’
# 물안개처럼 피어오르는 사랑, 로맨틱 파라다이스 ‘은파관광지’
환상적인 경관조명을 받은 물빛다리의 야경
햇살 받은 물결이 반짝이는 아름다운 모습 때문에 이름 붙여진 은파관광지. 동국여지승람과 김정호 선생의 대동여지도에도 표시되어 있는 역사 깊은 저수지이다. 저수지 옆으로 길게 나 있는 숲길은 산책하기에 더없이 좋다. 이 저수지를 가로지르는 다리가 있는데 국내 유일의 보도현수교인 물빛다리다. 야간에는 오색찬란한 경관조명을 내뿜으며 환상적인 야경을 연출한다. 음악에 맞춰 춤을 추듯 뿜어 나오는 꽃잎 모양의 음악분수와 봄이면 온 호수를 뒤덮는 벚꽃의 행진도 감상할 수 있다. 옷깃은 물론 가슴까지 적시는 로맨스가 매일 밤 물안개처럼 피어오르는 은파유원지에 가면 누구라도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를 수밖에 없다. 그야말로 로맨틱 파라다이스. 한여름 열대야보다 더 뜨거운 사랑의 맹세를 나누고 싶다면 지금 물빛다리의 사랑 만들기 7단계에 도전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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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왼쪽. 복조리 만들기 체험
